혼자 노는 법

[혼자 놀기] 독특한 수작이 될 뻔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NETFLIX

funmaker 2020. 9. 27. 15:29

 

보건교사 안은영,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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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경미

주연 : 정유미, 남주혁

 

2020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중 가장 기대작이었던 <보건교사 안은영>이 드디어 25일 공개되었다.

엄청난 물량공세의 마케팅에 힘입어 노인,아이할 것 없이 모두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제목을 들었는데,

어떤 나이지긋한 분은 하도 안은영, 안은영하길래 그녀가 보건교사 출신의 무슨 정치인인 줄 알았다고 한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영상화한 <보건교사 안은영>은 준비단계부터,

보건교사가 젤리를 퇴치한다는 독특한 소재로, 정유미라는 영화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눈이 부시게>로 상종가를 올렸던 남주혁이는 20대 배우까지 붙어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원작자인 정세랑 작가가 극본까지 집필하였고, 넷플릭스가 좋아하는 이경미 감독이 붙어서 2020년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여겨졌다.

 

보통 학원물은 잘생긴 학생들 혹은 멋진 교사가 주인공인데, 이것은 보건교사가 주인공이라서

굉장히 신선했던 것 같다. 또한 단순한 우정, 사랑, 왕따, 일진 이런 것이 주요 스토리가 아니라 퇴마라니!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6화까지 보고난 평은 아래와 같다.

 

"기획의 참신함이 제작의 완성도와 어우러져 독특한 수작이 될 뻔했으나, 아쉬운 작품"

 

첫째로는, 대부분의 한국 작가들이 그렇듯 세계관에 대한 정의와 설명이 부족하고, 세계관이 상당히 어설프다.

 

이것은 아직 판타지라는 문화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 많은 판타지 작가들이 세계관에 대한 고민없이

소재와 캐릭터에 대한 생각으로만 작품을 써내려가서 아이디어는 좋은데, 작품 전체로 보았을 때 무엇인가 엉성하지 않나 싶다.

<보건교사 안은영>도 주인공 안은영이 1화부터 젤리를 퇴치하는데, 젤리가 무엇인지, 젤리와 귀신은 무슨 상관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조그만 젤리들은 작은 벌레 같은데, 귀엽기도 하고 컬러풀하기 까지 하다. 안은영이 이것을 퇴치하는 것을 보니 사람에게 나쁜 것인 것은

같은데, 어떻게 나쁜지도 잘 모르겠다. 또한 드라마 속에 어떤 경우는 귀신처럼 사람모양으로 나오고 또 어떤 것은 젤리모양으로 나와서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뭐가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편한 대로 어떤 경우에는 귀신, 어떤 경우에는 젤리인 것인지. 그리고 몬스터들을 해치우면 작은

하트 젤리가 쏟아져 나오는데, 주인공은 아주 황홀한 표정을 짓는데 이것은 좋은 젤리인지 아니면 그냥 똑같은 나쁜 젤리인지 모르겠다. 또한 혜민이라는 옴을 먹는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의 운명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서 위절제수술을 하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혜민은 옴을 먹고 20살까지 밖에 살지 못한다. 은영은 이것이 안타까워서 옴을 먹지 않게 하려고 위수술을 해주는데,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그냥 위수술 안하고 옴을 안먹으면 되지 왜 굳이 위수술을 하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갑자기 은영이 학교의 모든 옴을 다 잡아와서 다 먹인 후에 수술을 한다. 다 먹었으면 굳이 앞으로 안먹으면 되는거 아닌가.

 

판타지 장르일 수록, 그 세계안에서 논리적인 개연성과 법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그래야지 사람들이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 안을

이해하고 그 룰을 알아야지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를 볼 때, 룰을 알고 봐야지 빠져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보건교사 안은영>은 이것을 퉁치고 넘어간다. 제대로 그럴 듯한 설명없이 세계관을 대충 그리고 넘어가니, 계속 보면서도 머릿 속에는 의문이 남고 개운하지 않다. 캐릭터들의 행동에도 고개가 잘 끄덕여 지지 않는다.

많은 평들이 "난해하다"라는 부분인데 이것이 "작가나 감독이 비밀스럽게 감추어둔 장치가 매우 교묘하여 해석하기 어렵다"는 긍정적인 난해함이라기 보다는 엉성하고 어설픈 판타지 세계관에서 오는 안타까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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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는 한국 감독의 고질병인 "신파"가 역시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초반 안은영은 보건교사의 이미지를 버리고 "씨발"을 남발한다. 또한 시크하고 쿨하다. 보통 오컬트물의 클리셰인 악령을 보는 사람이면 매우 어두운 성격을 가졌을 법한도 한데, 무심한 듯 쿨한 성격이 독특했다. 또한 "씨발씨발"하는 대사 역시 정유미가 잘 소화하여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보건교사의 이미지를 완전히 다르게 구축해놓았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 수록 신파가 더해지더니 급기야 은영의 옛친구 강석이 등장하고부터는 스토리는 더뎌지고, 신파만 강화된다. 뭐 그리 대단한 사이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강석의 귀신이 뜬금없이 찾아와서 조금 따라다니다가 소멸하는데 은영은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그리고 이뒤로 은영은 젤리를 보는 능력까지 잃어버린다. 초반의 쿨하고 멋진 캐릭터를 기껏 구축해놨는데, 4화부터 조짐이 보이고 5화부터 본격화된 신파로 인하여 캐릭터의 매력이 완전 소멸한다.

한국감독들은 꼭 신파를 넣어야 대중성이 있다고 착각하거나, 신파를 넣어야 한국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것은 굉장한 오해다. 요즘은 미드와 헐리웃영화를 많이봐서 신파가 꼭 있어야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니와, 무엇보다 신파도 개연성이 있어야지 감동하는데, 그런 개연성 없이 갑자기 나온 인물 때문에 징징짜고 울고 불고하는 것은 울기 위한 장면을 만들려고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인데 시청자는 귀신같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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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각 에피소드들이 완결성이 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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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은 사이비 조직이 학교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파헤치는 큰 줄기에 회별마다 귀신, 젤리, 몬스터가 개별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개별 에피소드의 완결성이 좀 많이 떨어진다. 친구 강석의 이야기는 강석이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죽고 은영을 찾아와서 죽었다는 것인데 그뒤에 무엇인가 이야기거리가 하나 빠진 느낌이다. 이것은 방석귀신 에피소드도 마찬가지인데, "여학생이 앉았던 방석에서 공부하면 좋은 대학간다"는 속설로 장난이 심한 아이가 방석을 훔쳤는데, 그 방석은 죽은 학생 것이었다. 그래서 그 죽은 학생이 엄청 큰 젤리 괴물로 나와서 학생들을 울게 하는 악영향을 끼치는데 은영이 퇴치한다. 그리고 은영이 방석을 보니 그 학생의 방석에는 서울대가는 부적이있었다. 여기에도 뭔가 하나가 빠진 것 같다. 왜 그 학생이 죽었는지, 왜 죽어서 몬스터가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

 

첫 에피소드인 두꺼비도 마찬가지인데, 한 학생이 여러명의 분신으로 나타나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인표가 지하실을 잘못건드려서 두꺼비가 나타나는데, 다수의 학생이 옥상으로 올라가 두꺼비 입으로 떨어지려고 한다.

은영이 두꺼비를 퇴치하자 학생들이 진정이 되는데, 그 학생의 분신도 사라진다. 분신은 왜 나온 것인지 설명은 없다.

이렇듯 뭔가 이야기의 완결성에 하나씩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점은

보건교사가 젤리를 퇴치한다는 신선한 소재는 칭찬할 만하다.

또한 조금씩 큰 비밀을 밝혀가고 모든 사건들이 음모와 관계가 있다는 점층적인 구조도 좋았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면서 한국VFX기술이 정말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볼 수 있었는데, 첫 두꺼비 에피소드에서 두꺼비 몬스터는

이질감이 전혀 없이 잘나왔다. 또한 젤리라는 컬러풀하고 귀여운 비주얼의 작은 괴물들은 마치 무라카미 다카시의 <메메메의 해파리> 혹은 그의 작품들을 보는 것 같다.

또한 음악도 매우 독특하고 좋았다.

 

이하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옥의 티.

첫 에피소드에서 두꺼비 몬스터가 나와서 옥상 위에서 학생들을 모두 빨아들이는데,

학생들이 날라가면서 두꺼비 입속으로 빨려가기 직전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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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안은영도 빨려 들어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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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해서 안은영이 퇴치하고 옥상은 엉망이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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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씬에서 철조망이 모두 복구.

으잉? 이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