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법

[혼자 놀기] 넷플릭스의 300억짜리 독립 드라마 <스위트홈>

funmaker 2020. 12. 20. 12:37

스위트홈 (2020)

감독 : 이응복

주연 : 송강, 이시영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역대 최대의 제작비를 사용한 기대작 <스위트홈>이 드디어 지난 금요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당 30억원, 총 300억원 이상을 사용한 <스위트홈>은 기획단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보통 저렴한 드라마가 회당 6억원대의 드라마이니, 30억원은 5배의 금액이고, 나중에는 이보다 더 사용했다고 하니

얼마나 대작인지 알 수 있다. 킹덤 시즌1은 회당 25억원 정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비도 제작비였지만, 원작의 소재도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웹툰의 크리쳐물인 원작을 감히 드라마로 할 생각은 누구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스터선샤인>, <도깨비>를 연출한 한국 최고의 드라마 감독인 이응복 연출.

크리쳐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외국 특수효과팀을 데리고 와서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조합으로 업계 최고의 관심을 받았는데, 드디어 12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웬걸,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저주가 <스위트홈>에도 어김없이 적용이 되었다.

<킹덤>의 성공으로 한국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에 자신감을 가지고 여러가지를 만들었는데,

그뒤에 <나홀로 그대>는 폭망, <보건교사 안은영>은 많은 제작비를 사용했고, 영화감독 이경미 감독이 연출했으나

독특하고 새롭기는 하나 감독이 자기 세계 구현에 집중하는 바람에 흥행성과 대중요소는 적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그다지 돈을 들이지 않고, 기대했던 <인간수업>은 이슈를 몰고 오면서 성공했다.

반면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구매방식 드라마인 <사랑의 불시착>과 <경이로운 소문> 등은 성적이 좋다.

(물론 아닌 것도 있지만) 오리지널보다 50% 이상 저렴하게 사오는 이런 콘텐츠가 더 성과가 좋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아직 오리지널보다는 구매하는 것이 효율성이 좋다는 이야기이다.

미국 외에 다른 나라에서 나오는 오리지널 <다크>, <수부라>, <아리스 인 보더랜드> 등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음을 볼 때,

아직 한국 오리지널은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아직은 오리지널을 고르는 방식이나 대본 메이킹, 제작을 콘트롤하는 부분에 있어서 노하우가 없어보인다.

그러니 한국 최대의 제작비를 들이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많이 하다보면 노하우가 생기고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마 2021년 하반기부터 나오는 한국 오리지널은

이러한 노하우를 상당히 학습하여 좋아지지 않을지.

<스위트홈>은 자살을 생각하는 고등학생이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괴물은 바이러스 같이 퍼지는 것은 아니고, 욕망에 따라서 사람이 괴물이 되는 형태이다.

대한민국 전체에 괴물이 발생하는데 스위트홈은 주인공의 거주지인 허름한 아파트로 공간을 한정한다.

살아남은 사람끼리 모여서, 살아갈 방법을 찾는데 주인공도 괴물화가 진행된다.

오히려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기대서 괴물들을 처치하는데, 각각 인물들의 사연도 나온다.

스토리를 정리하는데, 딱히 쓸말이 별로 없었다. 그만큼 별 내용이 없었다는 것.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괴물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는데, 한 고등학생이 허름한 아파트에서 생존자들과

분투하다가 본인도 괴물이 되어 힘이 쎄진다"라고 요약된다.

위에서 말한 이응복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비싼 감독이다.

왜냐하면 그의 필모가 워낙 출중하기 때문인데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선샤인> 등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성공도 그냥 성공이 아니라 3작품 모두 초대박. 하지만 3작품은 모두 한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 김은숙 작가가

썼던 작품이었다. 이응복 감독은 3작품의 성공을 바탕으로 김은숙 작가의 그늘을 벗어나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한 도전이었나 보다.

<스위트홈>의 기계적이고 딱딱한 대사, 감정이 연결안되는 씬들을 보고,

이응복 감독은 아마 김은숙 작가가 얼마나 좋은 크리에이터였는지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재미있는 것은 이응복 감독과 떨어진 김은숙 작가도 새로운 감독으로 <더킹>은 만들었는데,

역시 <더킹>도 실패했다. 김은숙 작가도 이응복 감독의 소중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스위트홈>을 보니 이응복 감독이 정말 연출을 잘하는 감독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일단 연출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가장 해야할 것은 배우들의 연기의 톤을 잡는 것인데

<스위트홈>은 연기의 톤들이 죄다 잘못 잡힌 것 같다.

모든 배우가 너무나 심각&허세톤으로 잡혀 있고 연기들이 죄다 로봇 내지는 책읽는 연기 같다.

특히 젊은층으로 갈수록 심한데 주연배우의 송강은 연기라고 할 것까지도 없고,

불량청소년 역할의 고민시도 마찬가지이다. 이시영, 이도현, 김남희도 연기가 너무 전형적이고 딱딱하다.

그래서 전체 연기조율이 완전히 실패한 느낌이다. 대부분 심각&허세로 통일되었고, 그나마 대사도 너무 책읽는 것 같다.

이런 배우들은 감독이 톤을 잡고 연기지도를 해줘야 하는데, 전혀 그런 작업을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마치 독립영화 같다.

관록있는 김상호와 우현 배우만이 스스로 톤을 잡아서 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아마 이응복 감독이 그동안 송혜교, 공유, 김고은, 이병헌, 김태리 등 한국 내에 탑배우이자 경험이 많은 배우들과

일을 했는데, 이런 좋은 배우들은 알아서 하지만 신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니면 스위트홈이라는 작품의 톤을 스스로도 잡지 못하거나 작품 자체에 대해서 어려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배우의 연기도 어색한데, 대사들이 전형적이고 유치하기 까지 하다.

군인이 "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해야죠"라든지 불량 여고생이 띡띡거리는 대사라던지,

나이든 슈퍼주인이 자기 아내에게 "저 병신같은 년"같은 욕이라던지 대사들이 굉장히 피상적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인물의 전형성에 대해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인물은 많이 다양하게 나오는데 참신한 캐릭터가 생기지 않고,

그저 예상되는 캐릭터들이 국어책을 계속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도 3명이고,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까지 있었는데 왜 이런 부분을 놓쳤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가장 기대되는 괴물들이 나오는 장면인데, 나는 처음에 괴물들이 단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졌다.

누가 봐도 굉장히 작은 세트에서 괴물들이 춤추면서 나오는데, 조명도 컬러풀한 조명을 쳐서

마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다. 300억짜리 괴물 뮤지컬씬이라는 희대의 명장면이 나오게 되었다!

300억 짜리 뮤지컬씬. 자그마한 세트에서 연극 조명을 켜고, 춤추듯 흐느적 거리는 괴물이라니... 희대의 명장면

거기에 괴물들의 움직임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술을 적용한 것 같았다.

터미네이터1에 제임스카메론이 T800이라는 기계를 움직일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던 중,

이를 구현하기 위해 스톱모션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그래서 나온 장면이 아래의 장면인데, 이게 1984년에 나온 영화니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에 사용한 기술이다...

그런데 이것을 2020년 넷플릭스에서 보게 되다니!

https://youtu.be/BoRY8lKTv3o

 

더군다나, 괴물의 첫 등장씬은 스티븐킹 원작의 영화 <미스트>와 똑같다!

오마주인지 단순 따라하기 인줄은 모르겠으나 굉장히 유사하다.

https://youtu.be/mwDTev-THSM

 

더 안타까운 것은 2020년 <스위트홈>의 괴물이나 2007년 <미스트>나 크리쳐의 퀄리티가 별반 다를바 없다.

오히려 움직임은 <미스트>가 훨씬 뛰어나다.

그리고 1부에 안어울리는 락음악도 상당히 어울리지 않고 튀게 느껴졌다.

주인공 송강도 이런 위기 상황에 반짝반짝 윤이나는 피부가 얼굴을 볼 때마다 안어울렸다.

<스위트홈>을 보고 "우와!"했던 것은 이시영의 근육 외에는 없다.

아무래도 이응복 감독도 옛날 분이라서 이런 크리쳐물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

익숙하지 못했던 것 같다. 좀 더 젊고 감각있는 영화감독이 연출했으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