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법

[혼자 놀기] 김동식 작가와 오쇼라즈니쉬 그리고 블랙미러

funmaker 2019. 8. 27. 23:10

몇번이고 추천을 받았으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던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 을 오늘 드디어 읽었다.

서적에 나타난 김동식 작가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1985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일할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 바닥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올라갔다...

악세사리 공장에서 취직해서 10여 년을 일했다."

그는 대학도 나오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였고,

아연을 녹이면서 만든 이야기를 오유 게시판에 올렸다. 평생 읽은 책이 10권이 안된다는 사실로 유명하다.

무슨무슨 책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문득 김동식 작가가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을 본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농담처럼 다가오지만, 묵직한 메세지가 있는 우화.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에 나오는 우화들과 상당히 닮아있다.

또한 라즈니쉬가 "뮬라 나스루딘"이라는 우매한 주인공을 자주 사용하는 것과 같이,

김동식 작가 글에도 "김남우"라는 주인공이 몇번 등장한다.

오쇼 라즈니쉬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1930년에 태어난 인도의 명상가이다.

기존의 종교와 철학을 비판하고,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 등등 넘나들며 새로운 메세지를 주었다.

넷플릭스에 라즈니쉬와 관련된 다큐도 있으니 한번 보시길.

다큐 내용은 아마 라즈니쉬의 열광적인 지지자들이 미국에서 만든 집단공동체와 그들이 벌인 테러?

의 이야기인데, 이것이 라즈니쉬의 두려워한 미국의 음모라는 설도 있으니 한번 보시길.

아무튼 김동식 작가는 라즈니쉬급의 우화를 선보인다.

라즈니쉬가 "종교와 철학 등을 이용해서 자신이 가진 사상을 우화로 만들었다"라고 하면,

김동식 작가는 "인간 본성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통하여 우화를 만든다"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추측하기를 그가 가진 고된 노동에 대한 경험,

빈자에 대한 차별 등등이 그의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하지만,

읽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저 담담히 재미있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작품을 써내려 갈 뿐.

오히려 그의 시선은 보았을 때, 바르고 따뜻한 편이다.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물론 짧은 글의 다작을 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시니컬한 타이틀도 있다.

작가의 톤이 모두 같다면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회색인간에 실린 #디지털고려장 을 재미있게 보았다.

멀지 않은 미래사회에 정부는 가상세계로 노인들을 이주하는 계획이 발표된다.

노인들을 부양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노인들 역시 아픈 몸으로 사느니 디지털 세계로 복제되어서 그것에서

건강하게 가족들과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가상세계의 가족들은 역시 실제 인간이 아닌 디지털화된 인간이지만,

실제 가족의 뇌를 스캔하여서, 가상세계에 있는 노인들이 실제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새로운 고려장이라며 반대하는 부류도 있지만,

일부는 가족이 원해서, 일부는 노인이 스스로 가상세계로 이주하게 된다.

문제는 가족의 뇌를 스캔하는 비용이 비싸서, 1회만 무료로 제공되고,

다음부터는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뇌를 스캔하지 못하면 디지털 노인은 계속 같은 시간대의 가족과만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는데, 상상력이 무척 훌륭했다.

#블랙미러 시즌4의 1에피소드 USS칼리스터와 동일한 상상력이다.

USS칼리스터는 디지털복제프린터라고 인간이 가진 유전자 정보를 프린터에 넣으면,

그 인간과 동일한 인간이 가상세계에 복제되는 내용이다.

블랙미러는 지금 콘텐츠계에서 가장 회자되는 작품 중에 하나인데,

김동식 작가의 상상력은 블랙미러 못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