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놀기] 2020년을 여는 한국영화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 (2020)
역사물을 볼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이미 결론을 안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는 결말을 모르기에, '아~ 이것의 결말이 어떻게 될까'하는 궁금함을 가지고
시청을 하는데, 역사물은 결론을 이미 알고 있으니, 이런면에서 불리하다.
그렇기에 결론까지 다다르는 과정을 상당한 긴장감으로 시청자를 끌고 가야하는데,
그게 왠만해서는 쉽지 않다.
남산의 부장들.
나는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서슬퍼런 시절의
중앙정보부의 무서운 권력과 이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영화는 김재규의 박정희 암살에 초점을 맞춘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나오지 못할 영화였으나, 이제는 이런 영화도 나올 수 있다.
한국 현대사에 가장 의문스러운 역사의 한 부분을 다룬 영화로,
"권력의 2인자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독재자인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사건"이다.
김재규 본인은 "국민을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하여"라고 주장하고,
사건을 조사한 전두환은 "경호실장인 차지철만 편애하여 불만이 있었으며, 차기 권력을 노리기 위하여"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7년간 준비했다고도 하지만, 7년간 준비한 것치고는 상당히 엉성했기에,
충동적 혹은 매우 짧은 기간 준비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암살로 독재자를 처단하고, 민주화로 가는 듯했으나,
그뒤에 김재규가 헛발질을 함으로써, 전두환이 권력을 잡고,
다시 한국의 민주화는 물건너가게되었다.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정희를 연기한 이성민,
김재규를 연기한 이병헌, 차지철을 연기한 이희준,
전 중앙정보부장의 역할을 맡은 곽도원이 모두 훌륭했다.
하지만 연기가 영화의 전부는 아닌 법.
듬성듬성한 사건과 다소 느슨한 전개는 좀 아쉬웠다.
또한 김재규가 박정희와 차지철에게 모욕을 당하고,
이에 분개하는 모습이 너무 반복적이라서 지루함이 있었다.
결론을 아는데, 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별로 새로움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