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법

[혼자 놀기] 액션의 계보를 새로 쓰는 <익스트랙션> @넷플릭스

funmaker 2020. 4. 26. 12:30

익스트랙션 Extraciton (2020)

감독 : 샘 하그레이브

각본 : 조루소

출연 : 크리스햄스워스

액션영화에는 계보가 있다.

<본 시리즈> 전에는 피어스브로스넌의 007같은 왠지 서로 짜고 치는 것이 티가 나는 판에 박힌 액션이 주를 이루었다.

그와 함께 007의 인기도 시들해 질 때, 간결하고 속도감있는 <본 시리즈> 가 나오니 사람들이 열광을 했다.

<본 시리즈>에 나오는 액션은 이스라엘 특공무술인 크라브마가인데, 동작이 굉장히 짧고 간결하며,

실용적이고 빠르다.

그리고 <본>의 액션을 이어받았지만, 더 컷을 빠르게 편집한 <테이큰>이 나왔고,

<테이큰> 특유의 잔인한 추적이야기에 빠른 액션이 더해져서 큰 인기를 누렸다.

한국 영화에서는 <아저씨>가 <본시리즈>의 액션과 비슷한 스타일인데, 역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가 액션의 판도를 바꾼 것이 바로 <존윅>.

<존윅>은 살인청부업자끼리의 극한 대결을 보여주었는데,

<본 시리즈>의 실제 무술에 기반한 간결하고 빠른 액션을 넘어서,

액션의 합을 완벽하게 맞추어서 가능한 긴 편집으로 보여주는 액션을 보여주었는데,

또 이것이 완전 다른 감각을 선사하며 인기를 끌었다.

<존윅>이야말로 "감히 내 개를 죽인 놈들을 찾아가서 죽이는" 아무런 스토리없이

액션만 주구장창 보여주었는데, 스턴트 출신인 채드 스타헬스키는 <존윅>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익스트랙션>은 또 한단계 액션을 업그레이드했다.

<토르>의 크리스햄스워스가 주연이고, 조루소가 각본, 샘 하그레이브가 연출한 영화라서

화제가 많이 되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엄청난 액션을 보여주어서 호평을 받는 중.

샘 하그레이브는 무술감독과 스턴트 출신으로 이미 중국 제1의 블럭버스터 전랑의 무술감독을 했었고,

조루소 감독이랑은 이전에 작품을 같이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인연으로 조루소가 각본을 써주고 본인이 연출을 하였다.

보통의 액션영화가 그렇듯, <익스트랙션>의 서사도 매우 단순하다.

인도 마약왕의 아들을, 방글라데시 마약왕이 납치하였는데,

용병인 크리스햄스워스가가 구하러 간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단순한 이야기라서, 평범한 액션으로 서비스를 했으면 호평을 받기 어려웠을텐데,

액션의 계보를 다시 씀으로써 시청자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존윅>의 합을 맞춘 액션에다가 롱테이크 + 카메라워크 + 크리스햄스워스의 직접 연기가 어우려져,

보기만 해도 "이야~ 이거 진짜 엄청 고생하며 찍었겠구만"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특히 <토르>의 이미지가 강하게 박힌 크리스햄스워스는

고난이도의 액션을 직접 해냄으로써 굉장히 존경을 불러 일으켰다. (이전까지는 그냥 벌크업만한 몸짱인 줄 알았다.)

사실 액션은 대역을 쓰는냐, 얼굴을 직접보이면서 배우가 하느냐가 보는이에게 굉장히 다르게 느껴지는데,

롱테이크에서 크리스햄스워스가 직접 연기하는 <익스트랙션>은 그만큼 굉장한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런 롱테이크 액션에서는 배우가 직접 액션의 합을 완벽히 맞추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A급 배우일 수록 한국에서는 몸을 사려서,

계단 뛰는 것도 대역을 하는데, 크리스햄스워스는 마블시리즈로 A급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 해내었다.

한국에서 이런 것을 해낼 수 있는 배우는 무술감독 출신인 정두홍 정도(감독 중에는 류승완)이다.

아무튼 배우가 직접 얼굴을 보이며, 롱테이크 액션을 선보였는데,

여기에 카메라워크가 일품이다. 빠르게 편집하는 액션은 그만큼 촬영에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한번에 쭉 가야하는 롱테이크는 한명만 삐끗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주연, 조연, 카메라, 스탭들이

사전에 철저하게 연습하지 않으면 촬영이 어렵다.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 준비도 더 오래해야 한다.

<익스트랙션>은 총격, 나이프파이팅, 드라이브 등 많은 부분을 롱테이크로 촬영하였다.

특히 카메라워크를 매우 잘 사용해서, 하나의 테이크에서도 주인공을 보여주었다가,

차 사고 후에는 적대자를 보여주고, 또 다시 경찰들을 팔로우함으로써 각 인물들의 현재 상황을 상상하게 하고,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효과적으로 촬영하였다.

사실 롱테이크라고 해도 진짜 한번에 찍은 것은 아니고, 이런 화려한 카메라워크 중간 중간 인물이 안비추어질 때,

예를 들어 벽을 비추거나 할 때 편집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경이적인 촬영기법이긴 하다.

<익스트랙션>의 훌륭한 점은 액션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도 훌륭하다는 점에 있다.

특히 초반 빌런으로 나오는 사주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Randeep Hooda라는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도에서는 다작을 한 배우이다.

주인공 크리스햄스워스와 거의 동등한 파이팅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도 조폭 넘버2인데,

초반에 크리스햄스워스를 무진장 괴롭힌다.

보통 액션영화의 악당은 밑도 끝도 없이 악당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주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인도 마약왕이 자신의 아들을 구하지 않으면, 니네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

하지만 마약왕의 자산이 동결되어서, 주인공을 일당에게 줄 돈이 없다.

그래서 주인공이 일단 아들을 납치범으로부터 구하면 자신이 가로채서 데려다 주려고,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한 것.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을 처절하게 추적하는 사주도 보면 볼 수록 매력이 생긴다.

두번째 캐릭터는 파라드이다.

파라드는 불량청소년의 두목같은 놈인데,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잔인한 면모를 보여준다.

파라드는 방글라데시 마약왕에게 충성하면서 크리스햄스워스를 끝까지 괴롭힌다.

이런 청소년의 잔인한 면모는 시청자에게 '이놈이 크면 어찌될까?'라는 섬뜩함과 함께,

이런 청소년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아마 속편이 나오면 파라드가 메인빌런이 될 듯.

한국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넷플릭스 서비스한 <사냥의 시간>이 혹평을 받는 중에

<익스트랙션>은 엄청난 호평을 받으면서 대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