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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 솔직히 막장도 이정도면 예술. 갓순옥의 펜트하우스혼자 노는 법 2020. 12. 9. 22:20
펜트하우스 (2020)
작가 : 김순옥
<펜트하우스>가 첫방 두자리를 기록하면서 시작했을 때, 한 기자가 이런 기사를 썼다.
"그렇게 하면서 까지 시청률을 높이고 싶냐?"
기자의 깍아내리려는 의도와는 정반대로 <펜트하우스>의 시청률은 계속 상승하더니, 최근 20%를 돌파했다.
시청률 20%라는 것은 대박을 가르는 기준으로 한 해에 2~3작품 정도 밖에는 없다.
일본까지 한류를 부활시킨 <사랑의 불시착>도 최고시청률이 21.7%인데, <펜트하우스> 22.1%이라는 것을 보면
대단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펜트하우스>의 주연 배우 6명 몸값 합쳐도 <사랑의 불시착>의 현빈 몸값이 안될 것 같은데,
이러면 김순옥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펜트하우스>가 개연성이 없고, 자극적인 막장이고 클리셰 덩어리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런 예술적인 막장은 쉽게 쓸 수 없다. 호평 받았던 <스카이캐슬>이나 <부부의 세계>도 역시 같은 막장 코드인데,
연출을 고급지게 했거나, 김희애 같은 좋은 배우을 썼을 뿐 그 내막을 벗겨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펜트하우스>와 크게 다른지 난 잘 모르겠다.
결국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인간성의 회복도 아니고, 상처받은 영혼의 치유도 아닌,
그냥 자극과 재미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 중에 그것이 뭔 대단한 예술인 마냥 우쭐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싶은데, 그들이 떠드는 대단한 예술성은 그저 자기 만족의 허상일 뿐,
대중이 만족하고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난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10분만 보면 졸린 프랑스의 거장 영화감독들보다, 스필버그가 백배 훌륭한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김순옥 작가가 쓴 <펜트하우스>는 쉴틈없는 사건 전개와 그에 따라 요동치는 인물, 그리고 계속되는 음모와
밝혀지는 비밀 등이 아주 훌륭한 작품이다. 일단 한씬, 한씬이 지루하지 않다.
사건이 계속 진행되고, 인물들이 계략을 짜고, 걸려들고, 또 가끔은 거기에서 벗어난다.
제니가 배로나가 약을 탔다고 뻥을 치고, 거기에 어른들이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등 설정상 유치한 면이 있지만,
이런 유치함 조차 그 뒤에 연달아 오는 위협적인 사건 속에 묻혀버린다.
지루함을 넘어서 계속 궁금하게 한다.
괜히 가오만 잡고 시청자에게 아무런 재미와 감흥을 주지 않는 쓰레기 드라마들 보다, <펜트하우스>는 백배 훌륭하다.
어떤 기자가 주인공 유진과 그딸(배로나)을 포함한 인물들이 모두 선하지도 않고, 이상한 면이 많아서 비호감이라고 한다.
그 예로 주인공 유진이 국회의원을 약점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나,
배로나가 집요하게 성악에 집착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한다.
나는 오히려 이 기자가 정말 감이 떨어지는 기자라고 생각한다.
모든 주인공은 선해야 하는가? 주인공은 무조건 처맞고 울어야만 하는가? 주인공은 집요하면 안되나?
우리 자신을 보면 어떤 때는 선하다가도 가끔씩은 악해지지 않는가?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캐릭터가 입체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뭔 쌍팔년도 드라마만 보던 기자가 아직도 대중문화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다니 한심할 뿐이다.
그리고 가끔 배로나가 노래하면 드라마의 품격만 살더만. 모르긴 몰라도 국내 탑급의 성악가가 더빙 했을텐데...
같은 맥락으로 펜트하우스에 살지만 세신사인 신은경,
싸이코 같은 마마보이지만 가끔 유진을 향한 순진한 모습을 보이는 봉태규도 나는 기존 한국드라마에서 벗아난 다면적인 인물이라고 본다.
물론 사투리 체육선생 박은석도 알고보면 거물 투자자인 것도 좋은 캐릭터 설정이다.
모두들 욕하면서 뒤에서 본다고 하지만,
나는 김순옥 작가의 작품을 당당하게 봐도 좋을 것 같다.
막장도 이정도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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