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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 페미니즘 미스터리 생존 드라마 <더와일즈> The Wilds 아마존오리지널스혼자 노는 법 2020. 12. 27. 23:37
더 와일드 (The Wilds, 2020)
페미니즘 영화의 초기 버전은 '남성 중심의 사회는 여성을 착취한다'는 메세지를 던지며,
착취하는 자와 착취당하는 여성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봅니다.
여성 주인공이 사회나 남성에 당하는 구조를 보여주고, 이로써 여성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냅니다.
대표적으로 "82년생 김지영"이 있지요.
페미니즘 1.0이라고 할까요.
조금 더 발전하면, 위의 내용에 여성의 반항이 더해집니다.
똑같이 사회나 남성을 악당으로 두는데, 여성이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심한 복수든 통쾌한 복수든 합니다.
최근에 카카오TV의 드라마 "며느라기"는 시월드라는 구조를 악으로 설정하고, 이에 착취당하는 여성을 보여주지만,
여성이 항상 당하지만은 않습니다.
이것이 페미니즘 2.0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류의 영화는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게 됩니다.
더 내밀하게 보면 의도된 "분열 마케팅"의 일종입니다.
'그래, 너는 지금까지 착취당하고 억압 당해왔어. 이제 저 악의 세력들에게 복수할 시간이야'
라고 하면 분명히 깊은 분노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일부는 통쾌해합니다.
하지만 악으로 설정된 나머지 반은 소외당하거나 반발을 하게 됩니다.
솔직히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콘텐츠는 재미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틀을 이미 정해놓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라서
결론과 흐름이 뻔하고, 보통 눈물짜기로 귀결이됩니다.
하지만 재미없다는 사실을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재미없다고 하면 '생각없는 사람,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무식한 사람' 취급 받을까봐,
콘텐츠의 완성도 측면이나 재미 측면에서 비판을 가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바로 페미니즘 마케팅인데, 그것은 '분열'에 기반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나이키 등 스포츠업체나 패션업체에서 한창 많이 하다가 코로나 때문인지 좀 뜸해졌습니다.
최근에 미국의 아마존프라임의 오리지널로 나온 <더 와일드(The Wild)>라는 드라마는 페미니즘 3.0을 보여줍니다.
한국 페미니즘의 의도적인 대결구도나 눈물짜기는 찾아볼 수 없고,
마치 한편의 잘만든 스릴러드라마를 보듯이 순수하게 재미있습니다.
또한 가짜 페미니즘을 비꼬기도 합니다.
<더 와일드>는 하와이의 여성수련회를 가는 9명의 여고생이야기입니다.
전용기를 타고 여성수련회를 가는 9명의 여고생은 비행기가 불시착하여 외딴섬에 떠내려 오게 됩니다.
낯선 곳에서 첫날 밤을 어렵지만 서로 의지하여 잘 보냈지만, 한명이 부상으로 죽어버립니다.
이렇게 조난당한 여고생들은 외딴섬에서 생존하게 됩니다.
각자 캐릭터가 분명한 8명의 여자들은 이곳에서 갈등, 좌절, 화합을 반복하면서 3주를 버팁니다.
총 10개의 에피소드인데, 각 회차마다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주인공은 섬에 오기 전 일상은 어땠으며 어떤 캐릭터이고, 그것이 이곳 섬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첫회부터, FBI가 구출된 아이들을 한명씩 인터뷰하면서
섬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묻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이 소녀들은 우연히 비행기 사고로 온 것이 아니고, 누군가 의도해서 온 것입니다.
회차가 계속될 수록 비밀이 밝혀지는데, 그냥 드라마적으로만 봐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마치 <로스트>에 페미니즘 코드를 더했다고 할까요.
--이하 스포--
"레아"는 중년 소설가와 연인 사이었는데, 누군가 소설가에게 "레아"가 아직 성인이 아니라는 편지를 보냅니다.
당연히 미성년자와의 잠자리는 미국에서 큰 범죄이기 때문에 소설가는 "레아"를 원망하면서 떠납니다.
"레아"는 항상 피해망상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가장 친한 친구를 의심하고 하와이 수련회에 오게됩니다.
"돗"은 장애인 아버지를 돌보는 소녀가장입니다. 생계를 위해 마약을 팔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누구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지만,
아버지를 꿋꿋하게 부양합니다. 그런 "돗"을 보는 아버지는 "돗"에게 부모로서 하기 어려운 마지막 부탁(자신을 죽여달라는)을 하고,
자신의 소원이라며 꼭 하와이 수련회를 가라고 합니다. "돗"의 에피소드는 굉장히 슬픈데, 그래도 똑똑하고 명석한
"돗"은 조난당한 소녀들의 실질적 리더역할을 합니다.
"파틴"은 명품과 섹스에 집착하는 소녀입니다. 조난당한 후 모두 생존을 위해 일할 때, 파틴은 그냥 편하게 앉아만 있어서
정말 얄미운 캐릭터이고, 실제로도 모두에게 왕따?를 당하게 됩니다. "파틴"은 사회에서 촉망받는 연주자이었지만
그녀는 항상 놀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풀러 명품을 사고, 나이트클럽에서 원나잇을 즐깁니다.
하지만 그녀가 하와이에 오게 된 이유는 아버지의 불륜을 SNS에 폭로하였기 때문입니다.
"파틴"은 가장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캐릭터입니다.
이외에도 레즈비언 "토니", 그녀의 친구 "마사", 자매 지간인 "노라"와 "레이첼", 부잣집 딸 "셀비" 등이 섬에 불시착하는데,
모두 사연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갈등하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도 하고,
또 갈등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이하 강스포===
하지만 더 큰 반전은 이 수련회와 불시착 등 모두가 조작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모두 그레첸 박사라는 사람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억압되었고, 여성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나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소녀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입니다.
첫날 죽은 여성은 실제로 그레첸 박사가 심은 관찰자였습니다.
그런데 사고로 죽어버린 것이지요. 그레첸 박사는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합니다.
1명의 언더커버가 또 있다고 하면서요. 8명의 소녀들 중에 스파이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스파이가 누군지는 마지막에 밝혀집니다.
그레첸 박사는 투자자에게, 그리고 시청자에게 계속 말합니다.
"남성중심의 사회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이 소녀들을 보라고.
소녀들이 사회에서 억압받아 생긴 나쁜 습관이나 관념이 외딴섬에서는 모두 교정되고, 극복하고 있지 않냐고.
여성이 얼마나 강한 존재냐고. 이제 남성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그레첸 박사는 가정적으로도 아들이 감옥에 있고,
사회적으로도 동료에게 밀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돌파하려고 합니다.
그레첸 박사의 고상한 의도와는 달리 소녀들은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갖 개고생을 하게 되지요.
자신들이 왜 이 지경에 있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채, 아무런 선택권도 없이 희생당합니다.
그레첸에 있어 소녀들은 그저 실험용쥐나 수단 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레첸은 실험이 끝나고 소녀들을 모아서 모두 독방에 가둡니다. 그뒤에 FBI인척 하면서 소녀들의 정보를 캐고,
어떻게 하면 소녀의 부모들에게 소송을 당하지 않을까를 연구합니다.
마치 나이키가 "페미니즘 마케팅"으로 물건을 팔아먹는 것과 같지요.
<더 와일드>는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스릴러적으로 보여주면서 가짜 페미니즘을 비꼽니다.
목표는 거창하지만, 수단은 정당하지 못한 그런 페미니즘을 비판합니다.
쇼러너인 Amy B Harris는 <섹스앤더시티>의 각본가였고, <가쉽걸>의 컨설턴트였습니다.
그녀는 여성을 가장 잘 아는 프로듀서입니다.
그녀는 핵전쟁이 난 후, 외딴섬에 불시착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파리대왕>을 레퍼런스로 참고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더와일즈>에서 섬은 청소년기에 대한 은유"라고 합니다.
드라마에서 일부 소녀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청소년기의 불안과 사회의 억압을 극복하고 성장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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