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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 데뷔 30주년 이토 준지 연구혼자 노는 법 2020. 5. 31. 17:06
한 분야에서 잘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10년 이상 한 분야에 매진하고 능력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를 "전문가"라고 평가한다..
또한 한 분야에 20년 이상 매진하고, 타고난 천재성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를 "거장"으로 평가한다.
반면에 수많은 시간 속에 고집스럽게 하나에 집착하거나,
또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면 사람들은 "OOO의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이토 준지는 일본의 호러 만화가이다.
63년생인 그가 데뷔한지 벌써 30년이라고 한다.
30년간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호러 만화를 그렸고, 이제 사람들은 그런 호러물을 "이토 준지 스타일"이라고 한다.
이토준비 데뷔3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이토 준지 연구(2019)>.
<서유요원전>의 작가 모로호시 다이지로, 게임 크리에이터 코지마 히데오 등과의 대담이 실려있고,
그의 전 작품 리스트와 주요 작품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토 준지의 인기는 일본 뿐 아니라, 글로벌한 것으로 보인다.
몇년 전 대만에서 싸인회와 전시회를 가졌고, 유명 판타지 감독인 기예르모 델토로도 이토 준지와 협업을 시도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과거, 그의 징그럽지만 매혹적인 그림체에 끌려 그의 만화를 상당히 보았는데,
그 중에 <토미에>, <소이치> 그리고 <소용돌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토미에>는 토미에라는 미소녀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그녀는 항상 남자들을 매혹시키고 파멸에 빠뜨린다. 그래서 오히려 남자들에게 죽임을 당하여, 조각조각이 나기도 하는데
그래도 계속 부활한다. 토미에는 귀신도 그렇다고 괴물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오히려, 인간세상에 팜프파탈이라는 개념이 실제화된 생명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냉혹하고 이기적인 토미에를 읽으면서 많은 남자들이 섬뜩해할 것이다.
반면에 <소이치>는 조금 귀여운 스타일의 호러이다. 소이치라는 초등학생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자기가 싫어하는 대상을 상대로 벌이는 초자연적인 장난이 주요 내용인데, 장난이라기에는 좀 지나치고, 그렇다고 복수라기에는 좀 귀엽다.
주인공이 초딩이라 그런지 다른 이토준지 작품보다는 많이 순화되었다.
<소용돌이>는 한 마을에 소용돌이 무늬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판타지로,
2000년에는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
이토 준지가 말하길, 소용돌이는 우주적인 문양이고, 이것에 착안을 했다고 한다.
소용돌이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소용돌이 무늬를 미치도록 무서워하는 사람이 자기 귀안의 달팽이관을 파버리는 내용,
사람들이 점점 달팽이(껍질이 소용돌이)처럼 변해버리는 내용 등 소용돌이에 관한 갖가지 판타지를 보여준다.
나중에는 거대한 고대유적으로 결말을 향해가는데 세계관이 큰 작품이다.
이토 준지의 호러는 엑소시스트류의 악령퇴치와는 다르다.
또한 13일의 금요일의 슬래셔와도 다르다.
발단은 언제나 현실적인데, 거기에 독특한 상상력을 더한다.
예를 들면, 자신의 얼굴을 한 가구들이 공중에서 날아와서 공격을 한다는 식이다.
그리고 기분 나쁨이 강조된다. 인물들의 얼굴도 상당히 우울하고 기분나쁜 얼굴을 하고 있는 캐릭터가 많고,
또한 피부변형으로 인한 징그러움, 냄새 등으로 보는 이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
그것이 바로 이토 준지의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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