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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 유치해서 내일은 안보게 되는 드라마 <내일> @넷플릭스혼자 노는 법 2022. 4. 3. 11:09
내일 (2022)
주연 : 김희선, 로운, 이수혁, 윤지온
연출 : 김태윤
4월부터 새로 시작한 김희선 배우 주연의 드라마 <내일>.
동명의 인기 웹툰을 각색한 작품이며, 김희선 배우가 저승사자로 나온다고 하여 주목을 많이 받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심하게 유치하다.
웹툰을 보지 못해 웹툰 자체가 유치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원작팬들이 "작품성을 훼손했다"고 원성하는 것을 보니,
웹툰의 깊이를 드라마가 담아내지 못한 모양.
캐릭터, 대사 등 작품 전반에 유치함이 흐르는데,
이것이 웹툰 원작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공감가지 못하게 한다.
한마디로 공감 좀 해보려고 하다가 흐름이 뚝뚝 끊긴다.
1. 세계관 진입의 실패
일단 이런 판타지 드라마의 경우에는 1화에 시청자를 세계관으로 초대해야 하는데,
<내일>은 세계관을 어설프게 그렸다.
1화 초반에 남주인 로운이 회사 입사에 엄청 실패하고, 대교에서 자살하려는 남자를 만난다.
그러다가 저승사자인 김희선 일행을 만나면서 다리에서 자살자와 같이 떨어져 코마상태에 빠진다.
로운은 명부로 가게되는데, 거기는 대기업 같다.
대기업회장 같은 옥황상제가 있고, 그 밑에 각 팀장들이 회사의 본부장 역할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좀 보면, 여기 직원(?)들은 다음 생에 금수저로 태어나기 위해서 일한다고 하는데,
막상 회사의 목적은 모호하다.
이윤추구도 아니고, 무엇때문에 회사(저승관리)를 운영하는가?
그리고 김희선은 위기관리팀의 팀장인데, 위기관리팀은 자살자를 막는 역할이다.
옥황상제에 따르면, 한국은 출생자가 적고, 자살률이 1위니 인구자체가 줄어 나라가 없어지면 안된다고는 하는데,
막상 그렇다면 사람들 전체를 안죽게 하거나, 아니면 위기관리팀을 강화하면 되는데, 막상 위기관리팀은 가장 천대 받는 부서이다.
왜 그런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냥 설정인 듯.
여튼 이런 당연한 지점들을 뭉개고 가니 세계관에 잘 동조가 안된다.
2. 유치한 캐릭터와 대사
가장 문제는 캐릭터들과 대사가 너무 유치하다는 점.
스타일리시한 저승사자를 그리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김희선 배우의 등장부터 옷차람이 지나치게 유치하다.
이건 뭐 검은 가죽잠바에 빨간바지에 희한한 눈화장을 하고 나오니 공감이 안되는데,
김희선 옆의 윤지온 배우도 힙합스타처럼 입고 나오고, 저승의 다른 팀장들도 한 스타일들 하신다.
옥황상제 조차도 김해숙 배우가 앙드레김 패션을 하고 나오시니 이건 뭐
"내가 저승 패셔니스타 대회"인데, 사실 복장도 패셔너블해보이지는 않고, 그냥 유치찬란해보인다.
제작자가 유도한 "색다른 저승사자"는 알겠으나
특히나 자살하려는 극한의 심정을 가진 사람 앞에 핑크머리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나와서
심각한 대사를 친다한들, "너는 괴롭냐? 히히 나는 즐거운데"라는 메세지만 주어서 심히 언발란스하고 공감이 가지 않는다.
김희선 배우가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드라마'라고 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아예 이럴 것이면 더 드라마톤의 띄워서 만화적으로 가면 어울릴 것 같은데,
자살자의 심각한 톤과 저승사자의 업된 톤이 맞지 않아 굉장히 비주얼적으로 유치한 드라마가 되었다.
그나마 이수혁 배우의 말끔한 수트룩이 저승사자의 세련됨을 표현하기에는 가장 멋지지 않나 싶다.
위의 포스터에 나온 톤으로만 가도 딱 좋았을 것 같은데 너무 아쉽다.
아이엠뉴스 자료
해럴드경제 자료
캐릭터의 비주얼 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측면에서도 로운이라는 남주 캐릭터를 "청년 바보"로 그리고 있다.
로운은 자살자를 구하려다 같이 떨어져 코마상태에 빠지는데,
옥황상제에게 3년간 코마로 지낼래? 아니면 6개월간 일할래? 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런데 옥황상제가 말했듯이 자신들의 실수로 로운이 대교에 떨어졌고,
자신들이 로운의 코마상태를 벗어날 수 있게 한다면 지금 당장 깨워줘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로운 역시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당신들이 실수했으니 나를 당장 깨워달라!"라고 요구하는게 맞지 않나?
이후로도 로운은 기억에 진입하는 열쇠를 부러뜨리고,
김희선이 기억일 뿐이니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아라고 주의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기억 안에서 난동을 부려 일행을 위기로 빠뜨리는 등 바보역할을 자처한다.
아무리 늙은이들이 보았을 때, 청년들이 어설프게 보일지 몰라도 요즘 청년들이 이렇게 바보들은 아니다.
또한 가장 문제로 보이는 대사가 정말 유치하다는 점인데,
학교폭력의 트라우마로 성인이 되어서도 그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가해자를 다시 만난 괴로움에
옥상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김희선 배우가 나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극복하려고 노력을 해~ 안되면 더 해~ 너무 나약해 빠져서 싸울 의지도 용기도 없지?"
이런 클라이막스에 심각한 얼굴로 소년만화풍의 대사를 치고 있으니 더 봐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떨어지는 자살시도자를 구하고 하는 말이
"그러니깐 일어나 그 자리가 너의 끝이 아니니까. 스스로 구하지 않으면 구원도 없어~".
아무리 웹툰 원작이라도 이건 좀 너무 유치하자나! 왠지 소년만화의 OST가사를 보는 듯.
김희선 배우도 대사하면서 손이 오그라 들었을 듯. 어쩐지 손을 안보여주고 얼굴만 잡더라.
정말 2022년의 유치찬란 소년만화풍 대사로 선정할만 하다.
3. 저열한 작품성
2회까지의 구조를 보면
(1) 자살하려는 사람의 사연을 보고
(2)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가서 김희선이 '죽어!'하면서 호통치고,
(3) 자살자는 '그래도 살고 싶어!'하다 떨어지고,
(4) 김희선이 저승사자의 초능력을 이용해 구해주고,
(5) 가해자를 응징하는 구조인데
이것은 작가가 너무 고민없이 작품을 쓴 것 같다.
일단 김희선이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죽고 싶음 죽어!'
하다가 사람이 떨어지니 갑자기 초능력을 이용해 구해주는게 너무 이상하기도 하고 뻔하다.
그렇게 구사일생한 사람이 갑자기 개과천선하여 넙죽하며 '감사합니다. 실은 살고 싶었어유' 한다.
이것도 유치한데, 그 사람을 치유해준답시고 평소 좋아하는 개그맨 정준화를 데리고 와서 개그를 친다.
개그를 치니 그 사람이 환하게 웃으면서 치유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게 정말 사람의 마음이나 트라우나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고민을 해본 작가일지 싶다.
최소한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작품을 다루는 작가라면 심리학 개론이라도 좀 수강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유치하고 뻔한 구조가 작품성 전체를 훼손하는데,
더 문제는 가해자를 피해자가 아니라 저승사자가 응징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피해자는 평생 피해자일 뿐, 가해자를 응징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는 주변사람의 도움도 못받아 저승사자가 도와주는 무능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는 이를 보면서 아무런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위의 문제를 반영하 듯이 첫방 시청률이 7.6%에서 두번째 시청률이 3.4%로 반토막이 났다.
한국드라마가 요즘 수준이 높아져서 이렇게 유치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유치한 드라마를 보게될 것 같다.
넷플릭스도 이제 작품 고르는 빨이 너무 떨어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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