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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놀기] 클라이막스가 살짝 아쉬운 한국영화 <아가씨>
    혼자 노는 법 2021. 2. 7. 16:22

    아가씨 (2016)

    감독 : 박찬욱

    주연 :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최근에 박찬욱 감독에게 관심이 생겨 <아가씨>를 뒤늦게 보았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가장 캐스팅하기 어려운 배우가 된 김태리,

    배우로서 완벽하게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굵곡진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 김민희,

    한국영화의 흥행 개런티 하정우.

    박찬욱 감독답게 초호화 출연진입니다.

    ----이하 스포---

    <아가씨>의 내용은 일제시대,

    사기꾼 하정우(백작)는 돈많은 일본 아가씨 김민희(히데코)를 꼬셔 재산을 탈취하고, 정신병원에 감금하기 위해

    접근합니다. 원래 김민희는 이모부(조진웅)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죠.

    그러면서 같이 작업을 진행할 다른 사기꾼 김태리(숙희)를 하녀로 데리고 들어갑니다.

    김민희는 이모부에 의해 조련된 이야기꾼입니다.

    조진웅은 돈많은 남자들을 초대하여, 본인이 소장한 소설을 김민희에게 읽게 하고,

    이런 희귀본 소설을 남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설이 주로 음탕한 내용이 많아서, 김민희는 아주 이를 적절하게 묘사하면서

    남심을 동하게 합니다.

    김태리는 김민희를 하정우에게 빠지게 하면서 묘하게

    본인이 김민희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제목을 <아가씨>로 지은 것은

    "한국의 아가씨라는 단어에 붙은 오염을 떨쳐버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라는 원작을 바탕으로 일제시대로 배경을 바꿔 각색했습니다.

    후문으로는 원작자 세라워터스는 원작이 너무 많이 바뀌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리틀드러머걸>도 그랬지만, <아가씨>역시 도입부는 굉징히 훌륭하고 긴장감이 넘칩니다.

    미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히데코의 저택에서 숙희(김태리)가 은밀하게 히데코(김민희)에게 접근하는 과정,

    이 과정에서 느끼는 숙희와 히데코의 묘한 감정, 백작의 압박, 이모부(조진웅)을 변태적인 행각 등

    긴장감 넘치는 인물과 쫄깃한 진행으로 재미있게 보게됩니다. 물론 연출적으로도 역시 매우 훌륭합니다.

    하지만 클라이막스로 가는 과정에서 전개가 늘어진다는 평이 많고, 실제로 저도 늘어지게 느꼈습니다.

    (리틀드러머걸도 클라이막스 전단계부터 지루하고 늘어진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무엇이 영화를 지루하게 할까를 잘 생각해보았는데요,

    제가 내린 결론은 구성이 잘못되었다는 점입니다.

    영화가 <타짜>와 같이 막으로 구성되는데, <아가씨>는 3막 구성입니다.

    1막은 백작과 숙희가 히데코의 저택에 잡임하는 이야기이고,

    2막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바로 히데코가 정신병원에 감금되기 직전! 오히려 히데코는 숙희를 본인이라고 속이고,

    감금시킵니다. 이미 백작(하정우)와 짠 것이죠.

    3막에는 또 반전이 있는데, 알고보니 히데코와 숙희가 연대하여 자유를 얻은 것이고, 속은 것은 하정우(백작)이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1막 끝에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사람이 바뀌기 전까지 매우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2막도 중간까지는 재미있습니다. 어떻게 히데코와 하정우가 짜고 숙희를 정신병원에 집어 넣는지 궁금해하면서 보게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3막에 이미 진짜로 속은 것은 백작(하정우)라는 것이 너무 일찍 오픈되어 버리고,

    실제로 3막 초반에 하정우가 속은 이후로는 엔딩까지 아무런 긴장감이 없습니다.

    3막 초반에 하정우가 속은 것을 일찍 오픈했다면,

    과연 하정우가 이를 알아챌지, 히데코가 하정우를 잘 속일 수 있을지의 과정이 굉장히

    스릴이 넘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그리고 하정우를 속이고도 이모부의 손아귀에서 달아나는 과정이 또 어렵고 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여권검사하는 한씬으로 훌쩍 넘어버립니다.

    결국 관객입장에서는 3막 초반 외에는 긴장하고 흥미롭게 볼 포인트가 없어집니다.

    대신에 여성 간의 정사씬을 지나치게 자세하고 길게 보여주고,(사실 관객은 이런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이모부(조진웅)이 백작을 고문하는 것도 불필요하게 깁니다.

    아쉽게도 이런 씬들을 팍팍 줄이고, 두 여성이 하정우를 어떻게 속일지, 변태같은 이모부의 손길에서 잘 벗어날 수 있을지를

    고민해서 넣었다면 훨씬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스토리와는 별도로 류성희 미술감독의 미술은 정말 99점을 주고 싶습니다.

    히데코 저택을 너무나 멋지고 완벽하게 미술적으로 재현하고,

    소품도 정말 멋져서 그것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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